김문수만 바라보고, 김문수만 비난하다가 끝이 난 찰나 같은 정치 여정이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돕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엔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김 후보를 끌어안고 “이번 선거에서 이기려면 김 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0일 새벽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기습 등록, 같은 날 전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후보 변경(김문수→한덕수) 찬반조사가 부결된 뒤 후보직을 내려놓았던 ‘정치인 한덕수’의 마지막 인사에 가까웠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극이 유력했던 10일 당사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강색 넥타이를 매고 “김덕수·홍덕수·안덕수·나덕수 되겠다”고 했던 한 전 총리는 이날 승복 기자회견에선 관료 시절 즐겨 착용한 보라색 넥타이를 다시 매고 연단에 섰다. 김 후보가 제안한 선거대책위원장직에 대해서도 “실무적으로 협의하자”고 거리를 뒀다. 사실상 거절이었다.
지난 2일 출마부터 10일 낙마까지 한 전 총리의 지난 8일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다. 모든 일정이 김 후보와의 단일화에 점철되며 공약 발표는 단 1회에 그쳤다. 자신의 강점인 통상과 경제를 내세우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제대로 된 각도 한번 세워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구(舊) 여권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불참 ▶김문수에 대한 과도한 확신 ▶폐쇄적인 대선 캠프 운영을 한 전 총리의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
기사 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5157?cloc=dailymo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