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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없는 사찰음식, 집착 내려놓는 수행이죠”

2023-01-04 877 Dailymotion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가 한 말이다. 이 말이 불편한가? “네가 입은 옷이 너다” “네가 탄 차가 너다”처럼 천박하게 들리나? 음식이 먹을거리가 아니라 자랑거리가 된 소셜미디어 시대이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음식은 옷이나 차 같은 취향의 영역만은 아니다. 먹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 그냥 먹기만 해서도 안 된다.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잘 먹는다는 건 무엇일까?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의 정관 스님(66)을 찾아가 물었다. 사찰음식에 담긴 지혜를 엿들을 생각이었는데, 새해에 바위처럼 무거운 말씀을 얻어서 하산했다.
 
제철 식재료 고집…텃밭 가꾸고 5일장 가
 
지난해 12월 29일. 백양사는 설국이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나흘간 50㎝가량 눈이 내렸다. 정관 스님이 수행 중인 천진암 가는 길은 눈에 파묻혀 차를 가져갈 수 없었다. 백양사 쌍계루에 차를 세웠다. 아이젠을 차고 언덕을 올랐다. 눈길을 뚜벅뚜벅 걸어 천진암에 닿았다. 정남향,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암자는 한겨울인데도 포근했다.
 
“차 마시며 조금만 기다리셔요.”
 
오전 10시.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 교육관에서 제자들과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루 한 끼만 먹을 때가 많다는 스님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삐 손을 놀렸다. 건조기에 버섯을 말리고 배달 온 식재료를 정리했다. “눈 때문에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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