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잔인한 이유는 삶의 모든 것을 짓밟을 뿐 아니라 믿음과 희망까지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신심 깊은 한 마을도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뒤 공포와 절망에 빠져 신음하고 있습니다.
류재복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평소라면 신도로 가득 찼을 성당 안이 썰렁합니다.
부활절을 예배라 듬성듬성한 공간이 더 낯섭니다.
러시아군의 공격 소식에 주민 대부분이 고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불안을 잠재울 유일한 안식처인 터라 기도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합니다.
[세르게이 카피토넨코 / 사제 : 우리 교회는 포격이 있을 때 주민들이 언제든 와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포연이 하늘로 치솟자 구급대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상처를 입고 거리에 쓰러진 부상자.
피투성이 얼굴을 급하게 치료한 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부서진 것들로 가득 찬 거리에는 안타까운 시신이 눈에 띕니다.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전략 요충지로 꼽히는 크라마토르스크.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공방이 치열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빅토르 헤로시멘코 / 학교 직원 : 여기 와서 모든 것이 파괴된 걸 보았습니다. 유리를 치우고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성당에서 배급소로 바뀌었습니다.
살기 위해 줄을 서지만 고향을 떠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엘레나 파노바 / 주민 :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여기 묻혔습니다. 고향을 떠나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을에 러시아군이 들어오면 주민들은 더 큰 아픔과 공포에 시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불안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안식처는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YTN 류재복입니다.
YTN 류재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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