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간벌 지역에서 산불…헬기 진화 어려움
헬기 철수 후 지상 진화 인력 투입…잔불 정리
현장에 120년 보호수 소나무…밤새 피해 막아
강원도 홍천에서 산불이 나 축구장 28개와 맞먹는 산림을 태웠습니다.
산불 초기엔 헬기가 투입되지만, 마지막 남은 불씨를 끄는 건 역시나 밤새 현장을 지킨 사람들이었습니다.
산불 발생과 진화 현장을 지 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불 발생 10분 후.
능선 곳곳에 거센 불길이 치솟습니다.
연기도 무섭게 피어오릅니다.
산 하나 홀랑 타버리는 건 금세, 아랫마을엔 곧바로 대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최창수 / 산불 현장 인근 주민 : 나무를 모아놓은 거니까. 바짝 마르니까 엄청 타는 거죠. 불길이 상당히 심했죠.]
여기저기 끌어모은 헬기가 모조리 투입됐습니다.
쉴 새 없이 물을 뿌리지만 좀처럼 바닥에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소나무를 베어낸 간벌 지역이라 켜켜이 나무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쉼 없이 일몰까지 이뤄진 3시간 진화 작업.
날이 어둑해지며 헬기는 철수했습니다.
이제 진화대원이 꼬리를 이어 현장으로 향합니다.
호스를 끌고 장비를 메고 비탈을 오릅니다.
힘겹게 도착한 골짜기는 모조리 붉은색.
주불은 헬기가 진화했다고 하지만, 잔불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밤이 되니 불길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데요.
이제부터 사람이 직접 들어가 하나하나 불씨를 찾아 꺼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민규 / 홍천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 : 이렇게 물 쏘는 것도 있고요. 아니면 괭이나 이런 걸로 진화선 구축하고 직접 들어갑니다. 저 밑쪽으로 진화선 구축해서 들어갈 예정입니다.]
갈고리로 긁고, 발로 밟고, 물을 뿌립니다.
홍천 산불 현장 한가운데에는 120년 된 보호수, 소나무도 있었습니다.
온몸으로 불씨를 막으며, 대원들은 밤새 나무를 지켰습니다.
"나무 위에 불! (어?) 나무 위에 불!"
잠시 쉬는 시간, 불구덩이 바로 옆에서 김밥 한 줄에 기운을 차리고 생수 한 통에 목을 축입니다.
날이 밝자 헬기가 다시 들어왔고 불은 완전히 꺼졌습니다.
영농 쓰레기 소각인지, 조림 작업 중 발생한 실화인지 산불 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
진화대원 2백여 명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밤샘 노력에 간신히 잦아든 산불.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미 사라진 숲은 축구...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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