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극장가를 점령한 '늑대소년'이 연일 화제다. 하지만 여기, 세상에 관심을 바라는 또 다른 소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범죄소년'이 그 주인공.
'범죄소년'이란, 14세 이상 19세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 행사책임을 지는 자를 일컫는다.
영화 '범죄소년'은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감춰져 있던 냉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센세이션 문제작이다.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주연의 영화 '사과'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강이관 감독의 신작인 '범죄소년'은 단순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사회적 소회계층의 진실에 대한 접근으로 시작된다.
강이관 감독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영화를 기획하면서 소년원, 경찰서, 법원, 보호관찰소, 쉼터 등을 방문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몸은 훌쩍 컸지만 여전히 아이인 범죄소년들을 보면서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 비행 청소년의 마음을 지닌 젊은 엄마가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구상하게 됐다"고 연출계기를 밝혔다.
강 감독은 이어 "촬영하면서 청소년이 볼 수 있는 표현 수위를 많이 고민했다. 가벼운 키스신, 베드신이 나오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유해하게 느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극의 흐름을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고,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키스 장면이나 노골적인 대사는 많이 나온다"며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범죄소년의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보다 처벌하고 규제하기 급급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섬세한 연출 속에 담아냈다. 감독은 범죄소년의 실태를 조금의 과장 없이 극 현실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캐릭터에도 신경 썼다.
600:1의 경쟁률의 뚫고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서영주가 바로 그 증거다. 극 중 범죄소년 '장지구'로 변한 서영주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소년원 체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영주는 "처음 소년원을 갔을 때 정말 무서웠다. 그들은 범죄를 일으킨 소년들이란 생각이 들어서"라며 말문을 연 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우리와 똑같았다. 일주일 정도 그 안에서 생활했는데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나를 편하게 대해주고 잘해줬다. 밥도 맛있더라. 너무 편하게 즐겁게 지내다 온 것 같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번 영화가 주목 받는 데는 가수 겸 배우 이정현도 한 몫 한다. 그동안 중국 등 해외활동에 주력해 온 이정현이 극 중 미혼모 '장효승' 역으로 국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국내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번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미혼모 캐릭터가 들어와서 깜짝 놀랬다. 고민도 많았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효승과 지구 모자(母子)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녀는 "미혼모들이나 범죄소년들, 그 외에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분들에게 응원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작은 체구와 앳된 외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로 점차 변화해 가는 엄마, '효승'의 모습을 입체적이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하피' 이후 12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된 그녀지만 그간의 연기공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영화 '범죄소년'은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범죄소년 '장지구'를 연기한 서영주는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도쿄국제영화제 최우수남우상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난의 대물림 속에 또다시 그릇된 선택을 강요당하는, 그러면서 그 책임을 짊어지도록 요구하는 우리네 사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날리는 영화 '범죄소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