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엄앵란 씨는 "존경할 만 하기에 55년을 함께 살았다"며 끝까지 남편을 치켜세웠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동지'였습니다.
배유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영화 '맨발의 청춘'(1964년)]
"토요일 남산 공원에서 기다리겠소 12시에."
신성일을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호흡을 맞추며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배우 엄앵란 씨.
1964년 11월, 4천 여 명의 하객의 모인 결혼식은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50여 년, 엄앵란 씨는 오늘 빈소에서 남편과 마주했습니다.
[엄앵란 / 영화배우]
"내가 존경할만 해서 55년을 살았지, 아마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같은 남자였으면 못살았을 거에요."
부부는 오랜 기간 별거를 하는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겪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고 신성일(2014년 9월)]
"우리 둘은 지극히 좋아해서 결혼을 했고, 가정을 지켜야 할 주어진 임무가 있다."
2016년 전해진 엄앵란 씨의 유방암 판정 소식에 아내의 손을 꼭 잡았던 신성일 씨.
지난해 신씨가 폐암 선고를 받은 뒤에는 엄앵란씨가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엄앵란 / 영화배우(지난 3월)]
"내 남편인데 어딜 가. 책임져야지. (남편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어. 병원비하고 특실하고 다 준비해 놨어."
임종 순간 딸을 통해 전한 말은 담담했습니다.
[엄앵란/ 영화배우]
"참 수고했고 미안하다 그래라, 그렇게 얘기했대요."
엄씨는 그런 남편을 '오랜 동지'라고 불렀습니다.
[엄앵란 / 영화배우]
"우린 동지야 동지. 우리 남편 저승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순두부같은 여자 만나서 재밌게 손잡고 다니고…"
애증의 삶을 살았던 세기의 커플. 엄씨는 남편을 봐서라도, 흉하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채널A뉴스 배유미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박연수
영상편집 : 손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