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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서 호일도에게 말하시오. 관 세 개를 마련해 두라고. 두 개는
큰 것으로, 하나는 작은 것으로 마련해서 우리가 돈 쓸일이 없도록
하라고 전하시오. '
소승은 돌아와 객관적으로 이 말을 전했습니다. 소승은 당장에 호
일도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들 부부는 서
로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군요. 두 사람은 서
로 아이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는데, 그 아이를 보살필 수만 있다면
죽음이 닥쳐와도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그 날 밤 소승은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호일도가 묘대협을 죽였는
가 하면, 묘대협이 호일도를 죽이는 게 보이고, 그러다가 두 사람이
소승을 죽이려고 달려들곤 하였지요. 그렇게 한참을 꿈속에서 헤매
는데, 갑자기 괴이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옆방에서 들리는
호일도의 울음소리였습니다. 소승은 생각했지요.
(당당한 사내 대장부가 죽으면 죽는 거지, 일이 닥쳤는데 우는건
또 뭐야? 이렇게 밥통 같은 자가 있나!)
그가 울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아가야, 너는 태어난 지 삼일만에 부모 없는 고아가 되었구나.
장차 누가 너를 가엽게 생각해 주겠느냐? 네가 춥고 배고프면 누가
너를 보살피며,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면 누가 그걸 막아 주겠
느냐? '
처음에는 그를 멍청한 자라고 욕을 했지만, 듣고 보니 소승도 가
슴이 쓰려옴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흉악무도한 흉한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렇게 지극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그가 한참을 울고 있는데, 부인이 결심한 듯 말했습니다.
' 오라버니 마음 상할 필요 없어요. 만약 오라버니가 금면불에게
죽음을 당한다 해도, 저는 꼭살아 남아서 우리 아기를 키우겠어요.'
호일도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 누이, 내가 가장 마음 놓을 수 없는 게 그 일이오. 만일 내가
불행히 죽음을 당한다면, 당신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지만 이제 당
신은 기꺼이 이 큰 부담을 짊어질 작정을 하였다니 나는 이제 걱정
하지 않겠소. 하하! 자고로 인생이란 어차피 한 번은 죽는 법. 나는
천하 제일의 고수와 대결하는 것이니 설령 죽는다 해도, 그것도 쉬
운 기회는 아닌 것이지! '
소승은 그의 이런 말을 듣고, 과연 그는 참으로 기인이라 생각했
습니다. 한참을 웃던 그가 또 갑자기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습니다.
' 누이, 칼끝이 목을 한번 그었다 하면 그것으로 목숨은 끝나는
것이오. 죽는다는 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니, 당신이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내가 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은 밤낮으로 상심하고
괴로와하게 될 거요. 아! 난 당신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구려! '
부인이 말했습니다.
' 나는 당신을 지켜보았던 것처럼 우리 아기를 지켜보겠어요. 그
애가 자라면 당신과 똑같이 가르쳐서, 불의를 보면 단칼에 처치하도
록 기르겠어요. '
호일도가 말했습니다.
' 내 평생에 내가 한 일들은 당신 생각에 하나도 잘못됨이 없었다
고 생각하오? 그래서 우리 아기에게 나와 똑같이 가르치겠다는 거
요? '
부인이 말했습니다.
' 잘못한 일 없으십니다. 아기에게 당신과 똑같이 가르치겠어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하자 호일도가 다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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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내가 죽건 살건 나는 천하게 부끄러울 게 없소. 이 철합
은 우리 아이가 열 여섯 살이 지난 후에 주시오. '
소승은 그때 문틈으로 몰래 엿보고 있었지요. 부인이 아기를 안고
있고, 호일도가 보따리에서 철합 하나를 꺼내는 게 보였는데, 그것
이 바로 여기 이 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는 틈왕의 군도가 그
철합 안에 있지 않고 천룡문 전가의 수중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지
요.
그렇다면 그 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느냐고 물으시겠지요? 그
때 저도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호일도가 그 합을 열지 않으니
소승도 알 도리가 없었지요.
그는 부인에게 이 말을 해주고는 마음에 근심을 덜은 듯, 잠이 들
더니 금새 코를 골아 댔습니다.
그 코 고는 소리는 뇌성벽력 같아서 옆방에서 잠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젊은 부인이 어떻게 호일도와 같은 흉악
하고 볼품없는 사내에게 시집을 왔는지 기이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녀가 그를 이토록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답니다. "
"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그 부인은 방에서 나와 객점 점원에게
돼지와 양 그리고 닭, 오리를 잡으라고 시키고는 친히 주방으로 나
가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소승이 만류하며 말했지요.
' 부인은 이제 아기를 낳은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힘든
일을 하시면 후일 허리병을 얻어 고생하십니다. '
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눈앞에 큰 일이 닥쳤는데, 후일의 고생을 걱정하겠어요? '
호일도는 그녀가 애쓰는 걸 보고 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손수 음식을 만들었지요. 호일도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 좋아요. 다시 당신의 요리 맛을 보게 되니, 죽어도 한이 없겠
소.'
그제야 소승은 알았지요. 부인은 남편이 죽기 전에 손수 만든 음
식을 먹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날이 밝자 그 부인은 이삼 십 가지의 음식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렸습니다.
호일도는 여관 점원에게 수십 근의 술을 시켜 마음놓고 마셨습니
다. 부인은 아기를 안고 그의 옆에 앉아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습니
다. 그녀는 웃음을 띠고 있었지요.
호일도가 단숨에 일곱 여덟 그릇의 음식을 비우고 몇 덩이의 양고
기를 집어입에 쓸어넣고 있을 때 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왔
습니다. 호일도와 부인이 서로 마주보았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