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보수대사의 이야기와는 크게 다르군요. 이십
여 년이 지난 일이어서 혹시 기억이 완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차이가 너무 많으니 이 무슨 까닭일까요? "
그때 어디선가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두 분의 얘기가 다른 것은 한 사람이 일부러 거짓말을 했기 때
문입니다. "
갑자기 튀어나온 거친 목소리가 이런 말을 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 쪽을 쳐다보았고, 그 얘기를 한 사람은 얼굴에 칼자국이 있던 그
하인이었다.
보수대사와 묘약란은 모두 외부의 손님들이었으므로, 그가 무례한
말을 해도 그를 당장 어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운기는 벌컥
하를 내며 다그쳐 물었다.
" 누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요? "
그 하인이 말했다.
" 소인은 비천한 놈인데 감히 말해도 될까요? "
묘약란이 말했다.
" 내 이야기가 틀리다면 바른 말을 해도 좋아요. "
그녀의 태도는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 하인이 말했다.
" 대사와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일은 마침 그 당시 소인이 직접 목
격한 일이옵니다. 여러분이 소인의 말재주를 용서해 주신다면 소인
이 말씀드리겠습니다. "
보수대사가 화를 내며 말했다.
" 네가 당시 목격했다고? 너는 누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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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인은 말했다.
" 소인은 대사를 알고 있사오나, 대사께서는 저를 모르시겠지요?"
보수대사의 얼굴이 새파래지며, 그에게 거칠게 소리쳤다.
" 너는 누구냐? "
그 하인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묘약란에게 말했다.
" 아가씨, 저는 끝까지 이야기하지 못할까 봐 두려울 뿐입니다. "
묘약란이 물었다.
" 왜요? "
하인이 말했다.
" 반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제 목숨은 없어지고 말 겁니다. "
묘약란이 보수대사에게 말했다.
" 지금 이 시각에 이 산꼭대기에서의 모든 일은 대사께서 책임지
고 계십니다. 대사는 무림의 대선배이시며 덕망이 높으시니, 어른으
로써 한 말씀 하시어 아무도 저 사람의 목숨을 건드리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
보수대사가 냉소하며 말했다.
" 묘 아가씨, 저에게 부탁하시는 겁니까? "
그 하인이 끼어 들어 말했다.
" 소인의 사활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고, 소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끝까지 말하지 못할까 봐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
묘약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 액자를 가리키고 말했다.
" 마음 놓으세요. "
그 하인은 묘약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듯 어리둥절하였다.
묘약란이 다시 말했다.
" 자세히 보세요. 이 위에 나의 아버지의 이름이 씌어 있어요. 이
액자를 껴안고 마음놓고 얘기하세요. 만일 누구든지 당신을 해치려
한다면 그것은 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 사람이지요. "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마주보았다. 금면불을 호신부로 삼는다면
감히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그 하인은 얼굴에 웃음을 띠
었다. 그는 곧 액자를 껴안았다. 보수는 의자로 돌아가 앉으며 그
하인을 바라보고 지난 이십 칠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았지만, 이 사
람이 누구인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묘약란이 말했다.
" 앉아서 얘기하세요. "
하인은 말했다.
" 소인은 서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아가씨께 여쭙겠습니다. 호일
도 어른의 그 아기는 후에 어찌 되었나요? "
묘약란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아버지께서는 호백부와 호백모가 죽는 걸 보시고 너무나 괴로와
두 시신을 한 나절이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신 앞에 여덟번 절을
하고 말했답니다.
' 호형, 형수. 두 분은 안심하시오. 내가 반드시 이 아기를 잘 키
우겠소. '
그런데 아버지가 예를 마치고 아기를 안으려 하니, 아이를 싼 보
가 비어 있는것 아니겠어요? 아버지께서는 놀라서 급히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두들 호부부의 죽음에 정신이 팔려 아기를 살펴보
지 않은지라 아기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을 시켜 아이를 찾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허리 통증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친히 객점 근처를 찾아 다니셨습
니다. 그때 객점 뒷쪽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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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달려가려 하다가 갑자기 땅에 엎어져 기어갈 수도 없었답니다.
허리에 통증이 심해서 갑자기 힘을 쓰니 도저히 움직일 수 없으셨던
거였죠.
사람들이 달려와 그를 부축해 준 후에야 그곳으로 가보니 땅바닥
에 선혈이 흥건했고 아기의 모자가 떨어져 있을 뿐 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 객점의 뒤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살이
매우 급했답니다. 핏방울이 그 강가까지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아이를 죽여 그 강에 버린것이 분명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놀랍고 분노가 치밀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세세히 심문했지만, 결국
흉수(兇手)가 누구인지 찾아 내지 못했습니다.
이 일로 아버지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으셨고, 아기를 죽인
자를 찾아내어 죽이겠다고 맹세하셨습니다. 제가 아버지가 칼을 갈
고계신 것을 보았던 그 해에 아버지가 죽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
은 바로 그 흉수를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말했
지요. 혹시 그 아이가 누군가에게 구원을 받아 살아있을 수도 있다
구요. 아버지께서는 그렇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믿기가
어려우신 듯 했습니다. 아! 가엾은 아가! 저는 그 아기가 무사히 살
아있기를 정말 바란답니다. 한번은 아버지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
